[전문가 기고] 우리나라 스프링클러 부식 문제에 대한 소회 :FPN Daily (fpn119.co.kr)
스프링클러는 건물 화재 시 자동감지, 소화수 분사로 조기에 화재를 진화하는 기본적인 소방설비다.
배관과 분사 노즐로 구성된 단순 구조지만 화재의 90% 이상을 스프링클러가 진화한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.
전 세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미국 NFPA(방화협회)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. 우리나라 역시 NFPA를 근거로 하는 NFSC(화재안전기준)에 의거 설치가 점점 더 의무화되고 있다.
그런데 스프링클러와 관련해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. 화재가 발생하면 정부는 그 원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. 그 결과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데 원인이 ‘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’이라는 내용이 빈번하게 포함된다.
왜 단순한 구조의 설빈데 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할까? 금속들은 모두 부식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. 물을 채운 배관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부식되는 건 자연현상이다.
금속 부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.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책적으로 부식방지 전문기술자(10종)를 양성하고 있다. 실제로 미국의 부식 손실은 연간 GNP 2%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.
필자는 이름도 생소한 방식공학을 전공했다. 국내 최초로 정부 허가를 득해 부식방지 기술 분야 비영리 연구소(재단법인 한국건설방식기술연구소)와 협회(사단법인 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)를 설립ㆍ운영하고 있다.
이 같은 인연으로 외국의 VIP가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자주 이용한다는 서울의 모 고급 호텔 스프링클러에 대해 부식진단을 하기도 했다. 지어진 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부식진단을 진행했는데 건물이었고 상태는 엉망이었다.
진단 후 필자가 내린 결론은 ‘출입금지’다. 행여 사정이 있어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1층에 방을 잡아야 한다. 잠들기 전 눈을 감고도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숙지하고 예행연습을 하길 당부한다.
한 가지 덧붙여 구글에 ‘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’을 검색하면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필자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.
이의호 공학박사(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장)